통권 제 6 권 47호
설교일자: 1997. 11. 23.
오늘의 말씀: 진리에 속한 자(요18:33-38a)
1. 오늘은 성령강림절 마지막 주일입니다. 어느덧 한해가 거의 지나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다리는 때가 되어갑니다. 요즘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올바른 것을 헤아리기가 힘이 듭니다. 거짓이 판을 치고, 권모술수가 이기는 세상이기에 진리와 정의의 편에서는 일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빌라도 총독과 같이 "진리가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서 그 해답을 찾지 못해 답답한 적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과연 진리란 무엇이며, 진리에 속한 자는 어떠한 사람일까요? 현 시대에는 존 드라이덴의 시구처럼 "후안무치의 거짓말쟁이는 손톱의 때만큼도 양식이 없기 때문에 성공하고, 착한 사람은 뻔뻔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굶주린다."는 말이 들어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우리를 자유케 하고(요8:32), 거룩함을 추구(요17:19)하도록 도움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진리를 사랑하며 진리를 위한 삶을 살아야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고후13:8)
2. 진리에 속한 자는 하나님 나라의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진리를 사랑하며, 성령의 거룩하게 하시는 은총과 진리를 따라 사는 자로써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나가야 합니다.(살후2:13) 우리는 바로 성령과 진리를 따르는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사람들은 이 세상과는 달라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같이 속이고, 고통스럽게 하고, 분노케 한다면 이미 믿음의 길에서 떠난 자가 되는 것입니다. 바울이 사도가 된 것은 먼저 하나님의 택하심이 있었으며, 믿음과 경건함에 속한 진리의 지식과 영생의 소망이 근거가 되었습니다.(딛1:1-2) 베드로 사도는 진리에 속한 자야말로 깨끗한 영혼으로 형제를 뜨겁게 사랑하는 자(벧전1:22)라고 하였던 것과 같이 온전하고 거짓없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3. 진리에 속한 자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습니다. 진리의 말씀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은 진리를 사랑하며 진리에 속하였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딤후2:15) 우리 자신이 회개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들로 인해 믿음을 무너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늘 영적 수련에 헌신하여 영적으로 변화된 삶, 거룩한 삶이 필요합니다.(엡4:21-24)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것도 문제요, 열심히 배우나 진리에 이르지 못하며, 결과도 없는 것도 주님 앞에서 부끄러운 것입니다.(딤후3:5,7) 그러나 진리에 속한 자들은 금방 발견됩니다. 참으로 주님 안에서 만나며, 주님의 형제요 자매된 사람들은 진리의 말씀을 사모하고 응답하며 받아드리기 때문입니다.(요일4:6) 풍성한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진리를 사모하게 하고 지혜와 신령함이 넘쳐 감사의 삶을 살게 됩니다.(골3:16)
4. 진리를 속한 자는 진리를 증거하며 삽니다.(딤후4:2) 이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이 되며, 진리를 선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둠의 일을 사랑하며, 불의를 기뻐하는 자는 주님의 말씀을 증거할 수 없습니다. 두려움이 진리를 가리우고, 진실을 덮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모든 사람의 구원과 진리를 깨닫는 것(딤전2:4)이란 사실을 알고 행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안다고 하면서 불의한 일을 행한다면 우리는 거짓말하는 자요 주님의 사람이 아닙니다.(요일2:4-5) 진리를 증거하면서, 진리 안에서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이러한 행위가 주님께는 영광이요, 진리를 가르친 목회자를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요삼1:3-4) 진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성도가 됩시다.▹
♧ 주일 공동 기도 ♧
당신을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시는 하나님,
성실하게 주님을 찾는 이들을 복을 주시고, 가난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자들을 위로하시니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남들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처럼 여기는 것에도 최선을 다함으로써 주님의 사랑과 기쁨이 풍족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슬픔과 불만을 함께 나누며, 위협과 엄포에도 굴하지 않고 주님께서 보여주신 진리의 길에 성의와 힘을 다해 이루어 나가는 저희들이 되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타락한 본성의 욕구가 밀려올 때에 믿음의 방파제로 가로막으며, 실패와 태만의 잿더미 속에서도 끝내 일어서고야 마는 오뚝이처럼 사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도록 용기와 능력을 더하여 주시옵소서.
불안한 경제위기와 무자비한 피의 살육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 주님의 자비와 은총을 구하옵나니, 주여! 평화를 선포하시고 기쁨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꿈을 잃는 자들에게 소망을 주시고, 허탈한 마음 가운데 임재하여 주시옵소서.
진리의 길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명상의 시간 :진실을 덮는 거짓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 어린이가 남의 포도밭에 몰래 들어가서 포도를 훔쳐먹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포도밭 주인이 달려왔다. 당황한 어린이는 주인 몰래 따놓은 포도를 옷 속에 감추었다.
"내 포도밭에서 매일같이 포도를 훔쳐먹은게 바로 네놈이었구나" 하고 주인이 호통을 쳤다. 어린이는 "난 훔치지 않았어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옷 속에 숨겨놓은 포도송이에는 뱀이 한 마리 얽혀 들어있었다. 그 뱀은 설설 꿈틀거리면서 어린이의 배를 물기 시작했다. 그 아픔을 견디다 못해 어린이는 옷을 털어 뱀을 몰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러면 자기가 포도송이를 훔쳤다는 사실이 드러날게 틀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았다. 결국 그는 거짓말을 숨기려다 뱀에 물려 죽었다.
사람은 이렇게 한번 거짓말을 하면 뱀에게 물려죽는 한이 있어도 마냥 거짓말로 버티어 나가야 한다. 고약한 것은 거짓이란 언젠가는 그 허위의 탈이 벗겨지고 끝내는 진실이 밝혀지리라는 미신이다. 그것은 우리의 염원일 뿐이지 언제나 진실이 허위를 누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거짓말이란 그 정체가 들통날 때까지는 얼마든지 진실 행세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거짓말이란 자기보호의 가장 효과적인 방패물이 될때가 많다.
거짓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당장에 들통나는 일이라도 끝까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잡아떼고 시치미뗄 수 있을 정도로 뻔뻔스럽고 능청맞고 천연스러울 줄 알아야 한다. 연기력도 풍부해야 한다. 거짓말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에게 어느 때에는 어이없다는 표정도 지어보일줄도 알고, 때로는 유들유들 능청을 떨 줄도 알고 때로는 눈물로 연막치기도 하고, 더욱 다급해지면 실어증을 일으킬 수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거짓말을 잘 하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아 조금이라도 안색이 달라질 정도로 낯가죽이 얇아서는 안된다. 머리가 나빠도 안된다. 존 드라이덴의 시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후안무치의 거짓말쟁이는 손톱의 때 만큼도 양식이 없기 때문에 성공하고, 착한 사람은 뻔뻔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굶주린다."
[홍사중 문화마당에서,조선일보 97.4.28.]
통권 제 6 권 48호
설교일자: 1997. 11. 30.
오늘의 말씀:풍성한 사랑(살전3:9-13)
1. 오늘은 대강절 첫주일입니다. 한 수도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놀라운 설교를 한다고 알려 모든 사람들이 성전에 가득 찼다. 그들은 훌륭한 설교를 들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데 그 수도사는 설교하지 아니하고 대신에 촛대를 집어들고서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상이 조각되어 있는 제단으로 올라갔다. 그 수도사는 조용하고 밝게 타고 있는 촛불로 못박히신 예수님의 오른팔과 왼팔을 비추어 모인 사람들이 분명히 볼 수 있게 하였다. 그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때 촛불은 못박힌 예수님의 두 발을 밝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잠시후 수도사가 일어나자 그때에도 손에 쥐고 있던 촛불을 통해 그의 뺨을 흘러 내리는 눈물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사랑하는 여러분, 이것이 당신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나의 설교입니다."그리고 그는 축복기도를 하고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랑은 언어가 아니라 행동이다.(고전16:14) 언어는 그 사랑에 대한 설명일뿐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전해야 한다.(고후7:1)
2. 풍성한 사랑은 성도를 향한 사랑입니다. 모든 사랑의 근거는 바로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롬5:8,요3:16)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랑의 능력과 위대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사랑의 능력은 하나님의 마음과 같이 믿는 자를 향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을 향한 영원한 하나님의 계획이요, 은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성도를 향한 사랑의 외침과 같이,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하심같이 사랑해야 합니다.(엡5:2) 진정한 사랑의 성취는 주의 말씀대로 사랑으로 이루는 것입니다. 율법의 성취는 영적인 은사를 받기위한 어떤 제사행위가 아니라 이웃사랑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은 이미 구약과 신약의 모든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갈5: 13-14,롬13:10,사58:6-7,약1:27) 본문에서도 성도를 향한 바울의 사랑이 발견됩니다.
3. 풍성한 사랑은 온전하고 거룩한 사랑입니다. 하나님의 온전하심은 인류를 향한 완전한 사랑입니다. 여기에는 차이도, 편파심도, 차별도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역시 이 하나님의온전하심과 거룩함을 배워야 합니다.(벧전1:15) 바울 사도의 권면과 같이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충만한 삶(엡3:17-19)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사랑은 먼저 내면의 풍성함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모든 일에 주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벧전3:15) 그리스도만이 우리 삶의 핵심이요, 능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생애에서 그리스도가 전부라는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빌1;20-21) 또한 사랑의 기쁨과 능력을 소유하기 위해서 성도들이 갖추어야 할 거룩함은 형식적 의나 경건함이 아니라 영육간의 정결함입니다.(고후7:1) 우리의 거룩함을 위한 그리스도의 고난을 나누어야 합니다.(히13:12)
4. 풍성한 사랑은 함께 나누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더 풍성해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더 작아집니다. 에베소교인들은 믿음과 사랑의 풍성한 소식이 있는 교회이기에 바울은 그들을 칭찬하면서 성도의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권면하였습니다.(엡1:15,엡6:11-12)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삶(고전16:24)이 필요함을 늘 기억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제사장과 같이 늘 주님을 가까이 섬기는 삶을 살아야합니다.(벧전2:9)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의 풍성한 사랑을 받아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한 결과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힘입니다.(롬8:28) 바로 성도는 사랑과 은혜에 풍성한 삶(고후8:7)을 살아야 합니다.▹
♧ 주일 공동 기도 ♧
날마다 우리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
비바람과 폭풍이 휘몰아친 이 아침, 우리는 흔들리는 작은 나뭇가지와 같이 보잘 것 없이 아무런 기대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희망과 주님께서 베풀어 주실 은총을 기억하기 위해 이 아침에 모였습니다. 우리의 삶을 지키시고 낭패와 실망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구하시고 기쁨을 누리게 하여 주시니 주님을 찬양합니다.
복잡한 삶의 문제와 목마른 갈망이 우리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이것을 채우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헛된 것임을 깨닫게 하여 주시옵소서. 분별없이 헤메는 우리의 어리석은 발걸음은 그만 절망과 공허의 벼랑에 가고야 맙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주님의 안배를 무시했으며, 주님의 따스한 은총과 역사를 거역하고 불의한 삶을 추구했음을 알게 됩니다. 이제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하여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의 힘과 소망의 능력으로 이세상을 극복하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거짓된 풍요와 우리의 교만이 우리의 경제를 넘어지게 하고, 낙망하게 하였음을 인식하면서 늘 주님의 겸손과 사랑, 그리고 희생을 기억하는 민족이 되어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나가도록 우리의 삶 속에 임재하여 주시옵소서.
참사랑의 창조자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명상의 시간 : 짚신장수의 마음
짚신장수 설씨는 왜 잉어를 사서 도로 강물에 놓아 주었던가? 고기를 잡은 어부한테는 그 고기가 '돈'이었지만 가난한 짚신 장수의 눈에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절박한 위기 속의 생명(生命)이었다. 똑같은 대상이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어부의 눈에는 써먹을 수 있는 가치(使用價値)에 지나지 않는 잉어가 짚신장수의 눈에는 자연(大洞江)으로부터 유리되어 죽어가고 있는 또 다른 자연이었다. 그것은 곧 짚신장수 자신과 뗄 수 없는 끈(生命이라는 끈)으로 이어진 숙명적인 분신(分身)이었다. 짚신장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잉어에게서 바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에게는 자연과 정신의 필연적 통일을 논증하는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유명한 삼단논법, "인간은 죽는다. 풀은 죽는다. 고로 인간은 풀이다."가 그대로 적용되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마침내 한몸의 여러 모습이라는 주장은 우리가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수냐타(空) 이론에서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떨어져서 질식상태에 있는 자연을 다시 자연에 합일시켜 되살아나게 했던 가난한 짚신장수 설씨는 헐떡이는 잉어를 보고 함께 헐떡이지 않을 수 없는 체질의 소유자였다. 싱싱한 잉어를 보면 군침부터 삼키는 저 눈먼 대중의 탐욕스런 흐름에서 홀로 벗어난 그는 시대의 이단자였다.
인간의 자기 중심적 이기주의가 쌓고 있는 오늘의 바벨탑을 무너뜨릴 유일한 길은 인간이 결코 만물의 중심일 수 없다는 뼈아픈 각성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짚신장수의 철저한 이타행(利他行)은 용왕에게 소원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부귀영화를 바라는 대신 평양 백성을 위하여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동강의 물길을 돌려달라 했다.....
지금 자기네가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모르며 풍요와 안락이라는 달콤한 마약에 중독된 채, 정의와 자비를 짓밟고 내리막길을 달리는 맹목군중(盲目群衆)의 거대한 흐름에서 홀로 벗어나 시대를 거역하는 이단자가 되어 결코 저 자신의 생존과 영화따위를 돌보지 않는 사람, 그를 일컬어 위대한 개인(個人)이라 부를 수 있다면 진정한 '새시대 새질서'는 바로 그 위대한 개인 곧 우리의 골목과 일터에서 만나는 가난한 짚신장수 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현주, 칼아 너갈데로 가라에서
